읽고 이해한 바를 정리
한 줄 요약: DPHP는 내담자가 자기 및 타인과 맺는 관계 패턴을 의식화함으로써 무의식적 갈등과 방어를 이해하고, 내외적 자극에 보다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게 돕는다.
오토 컨버그가 개발한 전이초점 심리치료를 기능 수준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격병리(아래 경증성격병리 설명 참고)를 지닌 내담자에 맞게 변형한 것이 DPHP입니다.
전이초점 심리치료가 정신역동에 기반하기 때문에 그 형제격인 DPHP도 정신역동적 치료 접근을 합니다.
DPHP는 성격의 경직성을 감소시키는 것을 치료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정신역동적 방식을 따릅니다. 저자에 따르면 여기서 말하는 무의식은 억압으로 인해 의식되지 못한 영역뿐만 아니라,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그 중요성이 부정되거나 부인된 생각, 감정, 지각을 의미합니다.
과거 관계와 현재 관계(특히 치료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전이-역전이)를 통해 스스로가 지닌 대상관계 패턴을 알아차릴수록 심리적으로 유연한 반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제가 이해한 DPHP의 치료 원리입니다. 정신역동 중에서도 대상관계적인 요소가 강합니다.
유아기부터 형성되는 내면화된 타인(대상, object)과의 관계 표상은 존 볼비의 애착이론 용어로 하면 내적 작동 모델(Internal Working Model)과 유사합니다. 자기, 타인, 그리고 관계에 대한 정신적 표상이 내면의 욕구를 지나치게 억누르는 식으로 작동할 때 무의식적 갈등이 생기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즉, 욕구를 충족하고 싶다는 마음과 그렇게 하는 것은 위험하기에 욕구를 억눌러야 한다는 무의식적 압력이 갈등하면서 관계 형성의 어려움이나 우울, 불안과 같은 증상을 야기합니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안전지대를 내담자와 함께 형성함으로써 이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간과했던 생각과 감정을 의식의 영역으로 끌어올립니다. 그러한 생각과 감정의 기저에 자리한 내적 작동 모델과 관계 패턴, 무의식적 갈등을 의식화할수록 더 유연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커지며, 결과적으로 더 적응적이고 만족스러운 대인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됩니다.
이론적으로만 얘기하면 어려우니 LLM을 통해 가상의 사레를 생성해 보았습니다.
DPHP 치료 사례: 김민서의 이야기
내담자 배경
김민서(가명, 34세, 여성)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진 변호사입니다. 우수한 업무 능력에도 불구하고, 친밀한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주기적인 불안과 우울감을 호소하며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주요 호소 문제
- “성공했다고 하지만 늘 공허함을 느껴요”
- “데이트는 항상 초반에 잘 되다가 상대방이 친밀해지려 할 때 멀어지게 돼요”
- “업무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이게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인지 모르겠어요”
DPHP 접근 과정
1. 안전한 치료적 관계 형성
치료사는 민서의 이야기를 판단 없이 듣고, 그녀의 감정에 공감하며 안전한 치료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서는 점차 자신의 취약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관계 패턴의 발견
몇 번의 세션 후, 치료사는 민서가 업무에서는 완벽주의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개인적 관계에서는 친밀감이 형성되려 할 때 거리를 두는 패턴을 관찰했습니다.
치료 대화 예시: 치료사: “오늘 말씀하신 최근 데이트 경험에서도, 상대방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려 할 때 불편함을 느끼셨네요.”
민서: “네… 그가 자신의 어려웠던 가족사를 이야기하며 제 이야기도 듣고 싶다고 했을 때, 갑자기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다음날 바로 바쁘다는 핑계로 만남을 취소했죠.”
치료사: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민서: “솔직히… ‘이 사람에게 내 약한 모습을 보이면 실망할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3. 내적 작동 모델과 무의식적 갈등 탐색
치료가 진행되면서, 민서의 유년기 경험이 현재의 관계 패턴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그녀는 성취 지향적인 가정에서 자라며 “약함을 보이면 사랑받지 못한다"는 내적 신념을 발달시켰습니다.
무의식적 갈등 파악:
- 친밀감에 대한 욕구 vs. 거절당할 것이라는 두려움
-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 vs. 진정한 자기표현의 욕구
4. 전이 관계에서의 작업
치료 중반, 민서는 치료사에게도 비슷한 패턴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취약한 감정을 표현한 후에는 다음 세션에 늦거나, 업무 이야기로만 세션을 채우려 했습니다.
치료적 개입: 치료사: “지난 세션에서 어린 시절 외로웠던 기억을 나누셨는데, 오늘은 20분 늦게 오셨고 직장 이야기만 하고 계시네요. 혹시 지난번 감정적인 이야기를 나눈 것이 불편하셨나요?”
민서: (잠시 침묵 후) “솔직히… 지난번 울면서 얘기한 후 너무 부끄러웠어요. 선생님이 저를 약한 사람으로 볼까봐 걱정됐죠.”
이 순간이 중요한 치료적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치료사는 민서의 취약성 표현이 오히려 그녀의 용기와 강함을 보여준다고 재구성해주었습니다.
5. 변화와 성장
시간이 지나면서, 민서는 점차 자신의 방어 기제를 인식하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취약함을 표현하는 것이 반드시 거절로 이어지지 않음을 경험적으로 학습했습니다.
치료 후반부 대화: 민서: “지난주에 데이트 상대에게 제 불안한 마음을 솔직히 이야기했어요. 놀랍게도 그는 이해해주었고, 오히려 더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치료사: “자신의 진짜 감정을 표현하는 위험을 감수하셨군요. 그것이 어떤 경험이었나요?”
민서: “처음엔 정말 무서웠어요. 하지만 말한 후에는… 묵직한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았어요. 제가 항상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좀 줄어든 것 같고요.”
치료 결과
1년간의 DPHP 치료를 통해, 민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 자기 인식 증가: 자신의 관계 패턴과 방어 기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짐
- 정서적 유연성 향상: 취약한 감정도 수용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됨
- 관계의 질 개선: 더 진정성 있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함
- 직업적 균형: 일과 개인 생활 사이의 더 건강한 경계 설정
민서의 사례는 DPHP가 어떻게 내담자의 무의식적 갈등과 관계 패턴을 의식화함으로써 성격의 경직성을 감소시키고, 더 만족스러운 삶을 이끌어내는지 보여줍니다.
경증 성격병리의 정신치료 (Dynamic Psychotherapy for Higher Level Personality Pathology, DPHP)
1장 서론과 개요 정리
경증 성격병리
주요 특성:
- DSM-IV-TR에서 강조하는 심각한 성격장애보다 덜 심각함
- 일반적으로 현실적 요구에 적응 가능
- 비교적 안정된 자아감 유지
- 어느 정도의 관계 형성 및 유지 가능
- 목표를 추구하고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일할 수 있음
이러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심각한 기능적 문제를 경험:
- 관계 형성의 어려움
-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할 수 있음
- 친구 관계에 불만족을 느낌
- 직업 관련 문제
- 자신의 교육과 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일할 수 있음
- 반대로, 관계와 다른 관심사를 소홀히 하며 일에만 전념할 수 있음
- 도움 요청의 어려움
- 필요할 때 친구나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움
- 도움이 제공되었을 때 이를 활용하기 어려움
- 결과
- 자신의 전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함
- 불안과 우울 증상을 자주 경험
- 일반적인 불행감 느낌
-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 감소
DPHP 치료법의 핵심 접근 방식
DPHP는 환자가 자신의 방어 기제와 심리적 갈등을 인식하도록 돕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이 접근법의 핵심은 치료사와 환자 사이에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여, 환자의 무의식적 갈등이 의식으로 떠오르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형성된 치료적 관계 안에서 환자는 자신의 대인관계 패턴을 표현하게 되며, 이는 치료사와의 관계에서도 나타납니다. 무의식적 갈등이 환자의 인식 영역으로 들어오게 함으로써, 치료사와 환자는 함께 협력하여 다음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 환자가 고착된 방어 기제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 환자가 이전에는 방어적으로 분리했던 내면의 받아들이기 힘든 측면들을 정서적으로 인식하고 견딜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돕습니다.
DPHP의 치료 원리와 목표
환자가 자신과 타인에 대한 갈등적 이미지를 충분히 경험하고 이를 의식적 경험으로 통합할수록, 방어 기제를 경직되게 유지해야 할 필요성은 줄어듭니다. 이 과정을 통해 환자의 방어 기제는 더 유연해지고, 성격의 경직성은 감소하며, 정서적 경험은 더욱 깊고 폭넓어집니다.
DPHP에서는 환자의 모든 갈등과 부적응적 기능 영역을 다루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대신, 환자가 호소하는 주요 문제와 연관된 갈등 및 경직성 영역에 초점을 맞추며, 환자와 치료사가 상호 합의한 치료 목표에 집중합니다.
이러한 집중적 접근법은 치료의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의 가장 시급한 심리적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변화를 촉진합니다.
DPHP의 핵심 전략
DPHP 치료의 전략은 다음과 같이 간명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 목표: 성격의 경직성 감소1
- 핵심 전략: 환자의 주요 호소 문제의 바탕이 되는 내면화된 관계 패턴을 치료 상황으로 가져와서 이를 확인, 탐색, 그리고 해결하는 것
- 작업 방식:
- 환자의 현재 중요한 관계들(치료사와의 관계 포함)의 맥락에서 갈등적 관계 패턴을 다룸
- 통찰과 치료사와의 관계가 제공하는 심리적 담아내기 기능(containing functions)2을 모두 활용
- 치료 환경:
- 치료 환경과 치료적 관계는 무의식적 갈등과 관계 패턴이 의식으로 떠오르도록 특별히 설계됨
DPHP의 치료 전술: 회기 내 접근법
DPHP에서 치료사가 각 회기 내에서 사용하는 전술적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정서적 우선 주제 파악
- 환자의 언어적, 비언어적 소통에서 정서적으로 두드러진 주제 확인
- 치료사가 환자와의 상호작용에서 경험하는 정서적 반응을 보조 정보로 활용
- 무의식적 갈등과의 연결
- 파악된 “우선 주제"와 관련된 지배적 무의식 갈등을 연결
- 이 갈등과 연관된 자기 표상과 타인 표상을 규명
- 체계적 탐색 과정
- 의식적 경험 측면에서 시작하여 의식에 덜 접근 가능한 측면으로 이동
- 방어 기제에서 그 아래 깔린 갈등적 관계 패턴으로 탐색 확장
- 해석 및 연결
- 갈등이 명확해지면, 이를 환자의 주요 호소 문제 및 치료 목표와 연관지어 해석
이러한 전술적 접근을 통해 치료사는 매 회기마다 환자의 핵심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체계적으로 탐색하여 치료적 변화를 촉진합니다.
치료 계획을 세울 때는 단순히 증상 완화를 목표로 하는 일반적인 치료법과, 성격의 경직성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DPHP 사이의 명확한 구분이 필요합니다. DPHP에서는 표면적인 증상이 아닌, 그 증상을 발생시키는 성격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치료 계획의 방향성이 다릅니다. ↩︎
담아내기 기능(containing functions)이란 치료사가 환자의 견디기 힘든 감정, 생각, 경험을 심리적으로 “담아주고” 처리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윌프레드 비온(Wilfred Bion)의 개념에서 유래된 이 기능은 다음과 같이 작동합니다: 1) 치료사는 환자가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강렬한 감정이나 혼란스러운 경험을 “받아들입니다” 2) 이를 치료사 자신의 심리적 공간에서 처리하고 이해 가능한 형태로 변환합니다 3) 이후 환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전달합니다. 마치 어머니가 아기의 견디기 힘든 감정 상태를 받아들이고 처리한 후 아기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돌려주는 것과 유사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환자는 자신의 감정을 안전하게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